제주도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바다와 땅이 동시에 주는 풍성함 덕분에 식도락 여행만 따로 계획해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제주 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안다. 화려한 인스타 인증샷 속 가게보다, 현지인들이 줄 서는 식당이 진짜라는 걸.
이번 글에서는 제주시·서귀포·애월·구좌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인 추천’이라는 조건에 충실한 제주 맛집 6곳을 소개한다. 대부분 제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가는 곳들로, 너무 유명하지 않지만 한 끼 식사에 진심인 곳들이다. “거기 진짜 맛있어요”라는 말이, 가게 주인의 입이 아닌, 동네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곳들이다.
제주시 – 삼대국수회관 (고기국수)
제주도에 왔다면 고기국수는 무조건 먹어야 한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국밥 같은 존재’인 고기국수. 그중 제주시 연동에 있는 삼대국수회관은 현지인들이 평일 점심에 줄 서는 대표 맛집이다.
쫄깃한 면발에 돼지 뼈 국물의 깊은 맛이 잘 배어 있고, 토핑으로 올라간 삶은 돼지고기 역시 잡내 없이 부드럽다. 육수는 느끼하지 않고 맑으면서도 진해서, 한 그릇 다 비워도 속이 편하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여행 중 부담 없이 한 끼 해결하기 좋다.
이 집은 메뉴가 단출한 만큼 회전도 빠르고, 혼밥하기도 편한 분위기다. 비 오는 날이나 해장 겸 한 끼로 특히 추천한다.
애월 – 봉성식당 (흑돼지 불백)
제주시에서 애월 방향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마주치는 소박한 가게, 봉성식당은 ‘제주 흑돼지’를 퓨전 없이 전통 불백 스타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불향 가득한 흑돼지 불고기에 특제 양념장이 적당히 스며들어 있어, 밥도둑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무엇보다 반찬 하나하나가 손맛이 깊고, 매일 바뀌는 계절찬까지 정성스러워 ‘집밥 같은 외식’이라는 후기가 많다.
현지인들이 가족 외식이나 회식 때 자주 찾는 식당이라 점심시간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회전이 빠른 편이다. 단체 여행보다 2~4인 방문이 적당하고, 조용한 애월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가게다.
서귀포 – 진주식당 (갈치조림)
갈치조림은 제주도에서 꼭 먹어봐야 할 별미 중 하나다. 진주식당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는데, 외관은 평범하지만 그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통통하게 살 오른 갈치를 직접 시장에서 공수해 조리하며, 무와 양념이 갈치와 함께 부드럽게 익어 밥도둑의 정석을 보여준다. 매콤하면서도 짜지 않고, 국물까지 떠먹게 되는 그 조화는 시중 맛집과는 결이 다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 1인 상차림이 가능하며, 점심보다는 이른 저녁에 여유롭게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식당 특유의 푸근한 분위기 덕분에 혼밥 부담이 전혀 없다.
구좌 – 모살국수 (비빔국수·멸치국수)
제주 동쪽, 세화해변과 가까운 구좌읍에는 모살국수라는 작은 국숫집이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점심시간마다 몰려드는 진짜 로컬 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비빔국수와 멸치국수. 특히 멸치국수는 제주 바다 멸치로 직접 우려낸 육수를 사용해 깊은 맛이 난다. 비빔국수는 매콤하지만 달지 않아 깔끔하게 입맛을 돋운다.
가격은 매우 착하고, 반찬도 단출하지만 정갈하다. 특히 자극적인 음식에 지쳤을 때 들르면 입과 속이 모두 편해지는 느낌이다. 가게가 작아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평일 오전이나 오후 2시 이후가 가장 좋다.
제주시 – 은희네 해장국 (해장국)
현지인의 해장국 사랑은 상상 이상이다. 은희네 해장국은 그 중심에 있는 곳이다. 제주시에서 직장인들이 아침에 줄 서는 풍경이 낯설지 않을 만큼, 이곳은 해장이 아니라도 아침식사로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특유의 맑고 진한 국물에 선지, 소고기, 파, 무가 듬뿍 들어가 있고, 반찬 구성도 깔끔하다. 국물이 맑은 편이라 느끼하지 않고, 깍두기 하나만으로도 밥을 한 공기 다 비우게 된다.
위치도 시내 중심이라 이동 동선에 넣기 쉽고, 1인 손님이 많아 혼자 먹기에도 편하다. 가격은 1만원 초중반대로 제주 물가 대비 괜찮은 편이다. 전날 과음했거나, 비행기 타기 전 따뜻한 식사가 필요할 때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지도에 별표해두고 싶은 진짜 맛집
제주에는 수많은 맛집이 있지만, 진짜 오래 기억에 남는 곳은 ‘현지에서 자주 가는 집’이다. 그 맛은 제주 바다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오늘 소개한 식당들은 번화가에 있어도, 골목에 숨어 있어도 공통적으로 “한 끼 식사에 진심인 곳”들이다.
관광지가 아닌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맛집들을 지도에 별표 해두자. 여행은 결국, 나를 위한 식사 한 끼에서부터 시작되니까.